왜 개역성경인가

…찌니라

파워바이블에는 1960년대 역본인 개역 성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단지 저작권 때문이 아닙니다. 개역성경의 우수한 한글 표현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아예 정책으로 그리 정한 것입니다. 마치 영미권의 KJV처럼 보전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KJV 제일주의와는 관련 없습니다. 오해 마세요.)

다만 약간의 옛 맞춤법들, 가령 “…찌니라”와 같은 표현들은 어찌해야할까… 고민하다 영미권 ASV처럼 어정쩡해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손을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최대한 한국식 KJV가 되도록 말입니다.

영어로 된 성경 역본 중 가장 흥행에 실패한 역본은 아마도 ASV일 것입니다. 16-17세기 영어로 된 KJV에 19-20세기 영어로 개정을 가했지만 독자들이 KJV를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ASV 자체가 RSV나 NIV처럼 획기적인 현대어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소외되었습니다.

성경 역본에 대한 이런 영미권 정서는 KJV를 소위 AV라는 지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오역 또는 시대에 따른 언어 변화에도 권위역(Authorized Version)이라는 지위로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또한 이런 정서는 KJV가 유일한 정경이라는 허무맹랑한 맹신을 낳기도 했지만, 반대로 KJV를 폄훼하는 상스러운 정서도 낳았습니다. KJV를 주도한 제임스 왕이 게이였다느니(그래서 머)… 그외 다양한 음모론입니다.

KJV는 맹신적인 무모한 이념들과는 별개로 어휘의 일관성 면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19-20세기 영미권 선구자들의 헌신으로 현대 주석학의 근간이 되는 통계학적 자산을 구축하기에 이릅니다. 스트롱 코드라 불리는 성경 어휘 색인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완성작임에도 지금까지 각광을 받는 인덱스 기법입니다.

KJV에 대한 이런 정서에 비하면 우리의 옛번역인 한글 개역성경은 하루 아침에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새로운 번역들도 좋고 다양하고 풍부한 역본들이 존재하는 건 매우 유익한 일이지만 극단적이고 무지한 기독교인에 의해 개역성경의 입지가 좁아진 건 사실입니다. 게다가 옛것을 몰가치하게 여기는 한심한 학자들에 의해서 더욱 소외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파워바이블에서는 개역성경을 씁니다.

옛 한글인 개역성경에 다소 오역으로 오인되는 부분들이 있으나, 새로운 번역들이 결코 압도적으로 우수한 대체 역이 아니며 개역성경만의 상당한 부분이 도리어 원문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개발자 묵상 노트에서) 입증해보이고 있습니다.

외려 다양해진 현대어 역본들이 얼마나 퇴행된 의미로 수정되었는지 눈에 띌 때마다 기록으로 함께 남기는 중입니다.

개역 한글의 보전.

이것은 파워바이블 앱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루밍패드 상의 국한문 혼용 텍스트에서는 “…찌니라” 외 몇 가지 맞춤법을 적용해 수정하였습니다. 그외에도 맞춤법 오자가 있지만 원래 역본이 그래서인 경우도 있고 타이핑 과정에 그리된 것도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작업해야 하는 일입니다.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