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4장10절에 관한 코멘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고 묻는 말은 앞서 그의 어미 하와에게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었던 말과 유사하다. 그러나 어미 하와에게 묻는 말 ‘마-조트 아시트’(מַה־זֹּ֣את עָשִׂ֑ית, “네가 한 이것이 무엇이냐?”)와는 달리 가인에게 묻는 말 ‘메 아시타’(מה עשית)에는 대명사가 없다는 점에서 의문문이라기보다는 탄식에 가까운 문형이다. 우리는 언제나 가인이라는 존재를 타자적 악의 원형으로 상정하기에 이 의문문을 징벌을 은닉해둔 심판자의 추국(推鞠) 정도로 여기지만 사실은 땅의 형질의 훼손을 알리는 탄식의 비보인 셈이다. 대체 네가 무엇을 한 것이냐? 아버지 아담으로 인한 토지의 저주는 기능의 상실이었지만(3:17-19) 가인에게는 그나마 남아 있던 효력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악의 확산을 토지로 지목한다. 여기서 이 저주를 주도하는 핏소리 ‘콜 다메’(קול דמי)에서 피인 담(דָּם)은 붉은 흑 적토(赤土)를 뜻하는 아다마(אֲדָמָה)의 유래이다. 가인의 아버지 이름인 아담(אדם)이 또한 붉은 흙/적토 아다마에서 유래하였다. 다시 말해 인간은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마땅하지만, 여기서 다른 방식으로 흙에 닿은 것이다. 피를 땅이 마시게 된 것(창 4:11-12), 이것이 토지의 남아 있던 기능을 완전히 훼손한 유래이다. 따라서 적어도 창세기에서 운영되는 징벌이란 자연계를 초월하는 어떤 힘의 개입이라기보다는 자연계에 부여된 힘의 상실 또는 역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